포스트

할일을 합시다

개요

최근 시간이 나면 의사선생님의 추천으로 “성인ADHD의 대처기술 안내서” 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사실은, 예전에 1/3 정도 읽었습니다만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 나서 다시 읽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마지막으로 시간관리를 열심히 했던 게 대학교 1학년 때(2016년), 이후로는 지쳐서 더이상 시간관리를 안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꽤 오랜 기간 망설였고, 그렇게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내용대로 실천해 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거의 항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현재는 출퇴근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제일 큰 모니터 하나를 할애해서 계획표 등을 띄워두는 게시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체 화면은 이런 식입니다. 아래쪽 빈 공간에는 노트북 모니터가 들어와 있습니다.

포괄 실행 목록 - 불렛저널 레포지토리

포괄 실행 목록은 뜻하지 않게 기억난 할일을 기억에 담아두지 않고 따로 기록해 둔 목록입니다. 이건 보통 스티키노트 같은 곳에 정리해두는 게 좋긴 할 텐데요.

저는 마침 불렛저널용으로 개설해 둔 Github 레포지토리가 있어서 그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식 같은 것도 자유롭기도 하구요, 종이 다이어리에서 QR코드를 통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도 좋습니다.

왼쪽의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조금 구조를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긴 한데, 프린터 설치 시까지 백날 천날 미루고 있는 중입니다. 대신 포괄 실행 목록 자체는 잘 쓰고 있습니다.

일일 실행 목록 - 미리 알림

애플의 기본 미리 알림 어플은, 처음으로 사용해 보고 이게 뭐야.. 하고 내동댕이쳤던 것이 10년 전이었는데요, 그 때가 후회될 만큼 어플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특히 아이클라우드를 사용하면 이 모든 것이 연동됩니다!

분류

분류에 따른 색상과 태그는 모두 앞의 불렛저널에서 유래했습니다. 특히 색상은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사용하던 3P바인더의 색상 표기를 거의 그대로 차용했는데, 죽기 전까지 어떤 다이어리를 사용하더라도 이 색상 조합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태그

분류가 대분류라면, 태그는 프로젝트별 태그입니다. 그래서, 여러 프로젝트에 걸리는 일 같은 경우 여러 태그를 설정할 수도 있고, 분류를 넘나들어서 태그를 걸 수도 있습니다. 뭐 그런 일은 잘 안 생기긴 합니다만…

일일 계획표 - 기본 캘린더

기본 캘린더의 반복 기능을 활용해서 사실상 주간계획표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본 캘린더의 좋은 점은, n주마다 반복을 걸어둘 수 있는 것입니다. 병원 예약처럼 2-3주에 한 번씩 걸리는 것을 셋팅하기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일은 이 기본 캘린더를 기준으로 돌아갑니다. 캘린더에 없는 일만 일일 목록에 따로 넣어서, 양쪽 모두를 보면서 관리합니다.

‘경험치’ 획득 - 구글 스프레드시트

이건 책에서 읽지 않은 내용이긴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내가 평소에 하는 모든 일에 게임처럼 경험치가 부여되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경험치만큼을 실제 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라는 생각도요.

그리고 나서, 경험치 획득/소모 스크립트를 짜는 일은, 경험치 밸런스가 잘 잡히기만 하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깨달았습니다. 그 날 저녁을 할애해서 밸런스 (일주일에 50000원 정도를 얻을 수 있도록) 를 짜고 스크립트를 짰습니다.

제가 이 프로그램으로 기대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하루에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어느정도 제한적이기에, 경험치에서 비롯된 돈을 평소보다 적게 쓰게 됩니다.
  • 일하고 루틴을 지키면 경험치를 바로 얻을 수 있기에, 저에게 맞는 ‘즉각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얻은 경험치에서만 간식을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군것질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얻은 경험치에서만 취미용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안 사게 됩니다.
  • 경험치를 최대한 많이 얻기 위해 하루의 루틴을 다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기에, 습관형성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 결과가 아래와 같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뭘 했는지, 로그도 확인할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로그를 통해 뭘 했는지, 뭘 샀는지, 어떤 빈도로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이 포스트를 쓰는 동안에도 5월 31일 이후로 집안일 이외엔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결론

이런 식으로 시간관리를 하게 된 이유는, 솔직히 말하면 가족이 갑자기 강박적으로 저의 행동을 관리하려고 들어서입니다. 해야 할 일을 안 하면 금방 우울감에 빠지는데, 가족에 의해 억지로 하게 되면 그것도 우울하고 화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수행하기 전에 제가 먼저 해낼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둔 것입니다.

시간관리를 시작하고, 이 글을 쓰는 사이에도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몇 번의 분노와 우울, 자괴감을 견뎠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견뎌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는 다시 일어나지더라구요. 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최근 트라우마 하나를 극복한 게 컸던 것 같습니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센스를 따릅니다.